2조8000억달러(3460조원) 쏟아붓는 미국, 한국은 27조에 불과美, 기업 대출금 임금으로 지급시 융자금 면제…한국과 대조적기간산업 구하겠다며 마련한 40조 산은기금, 기준은 '바늘구멍'
  • ▲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코로나19가 몰고온 경제충격이 본격적인 지표로 나타나는 가운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는 각 국가들의 경제정책에서 사뭇 다른 지원수준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하고 대량 실직사태가 빚어지는 미국의 경우 한해 예산의 절반 이상을 경기부양 대책에 퍼붓는 등 경제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미국의 코로나19 위기대응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국은 코로나19 경제대응책으로 CARES Act(코로나 바이러스 구제법)을 통과시키고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편성했던 추경 예산안 규모(831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며 올해 미 연방정부의 총지출인 4조7900억 달러의 45.9%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부내용을 보면 1차 대응 83억달러로 백신 개발, 예방 및 대응 등 의료 지원을 시작했고 2차 대응 1000억달러 규모로 코로나19 검사비용 지원, 유급휴가 및 유급병가 지원, 취약계층 생계 지원 등을 추진했다.

    美, 총 2.8조달러 편성…27조원 꾸린 한국과 대조적

    1,2차 대응은 한국이 내놓은 초기 대응과 유사하다.

    한국 정부는 11조7000억 규모의 1차 추경을 통해 대구·경북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세금감면과 소상공인 지원책 등을 내놨다. 또 방역 및 검역 시스템 구축과 감염병 전문 의료기관 구축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재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12조2000억원을 들인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시작된 2차 추경을 기점으로 정부대책은 조금씩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미국은 3차 대응책인 CARES Act를 공포하고 근로자 및 가정에 대한 재정지원과 기업의 고용유지 지원을 통한 일자리 보존 등을 망라하는 종합적인 피해구제책과 경기부양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구체적으로 500인 이하 기업과 자영업자에 임금유지를 조건으로 최대 1000만달러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에 3490억달러를 책정했다. 예산을 통해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지만, 융자금을 지급받은 기업이 8주 이내에 이를 인건비로 사용할 경우 대출금을 아예 면제해준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상지원 성격이 강하다고 입법조사처는 설명했다.

    반대로 정부지원을 받고도 직원 임금을 줄일 경우 줄어든 임금만큼 융자금은 면제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이자도 상환해야 한다.

    실업급여 지원도 천문학적 규모로 시행되고 있다. 2680억달러를 들여 기존 실업프로그램 적용대상이 아닌 자영업자, 개인 사업자 등도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으로 치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실업급여 액수도 기존보다 600달러를 상향해 지급했으며 지급기간도 26주에서 13주 추가해 최장 39주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실업급여 지급의 책임을 주(州)정부에서 연방정부로 이전함으로써 지방정부 재정안정성도 고려했다.

    미국의 가계 현금지원은 1인당 1200달러로 1인당 25만원 가량인 한국 재난지원금(4인가구 100만원) 수준을 크게 웃돈다. 1인 소득 9만9000달러(1억2200만원) 이하 성인에게 지급하는 선별적 지급이었지만, 4인가구 기준 3400달러(420만원)을 나눠주면서 큰 경기부양 효과를 냈다. 여기에 들어간 연방정부 예산은 2930억달러였다.
  • ▲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기업 보조금 '팍팍'… 기금대출로 애태우는 한국과 '딴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위기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 지원 규모도 남달랐다.

    미국 정부가 4차 대응책으로 내놓은 기업지원 프로그램은 연방준비제도이상회(FRB)를 통해 기업의 직접 대출과 연방정부의 보증으로 마련됐으며 총 5320억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뒤로 빠지고 산업은행을 내세워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을 마련한 한국정부와는 대조적이다.

    기업살리기에 정부재원을 직접 투자하지 않는 방식을 채택한 것은 한국 금융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여러차례의 지난 경제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은 주로 정부 재정을 통해 이뤄졌다. 정부 내부에서도 기금조성을 위해 직접 예산을 투입해 출자하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하반기 경기반등에 대한 불확실성과 추가 경제대책 필요성을 염두해 정부는 보증만 서고 기금채권을 발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기업에 여신을 한 사례는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보증형식의 기금마련은 공적자금관리법상 운용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아 제대로 된 외부통제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으며, 대출기준도 정부 입맛대로 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의 기업 지원은 앞서 내놓은 중소기업 임금지원책처럼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이 이를 임금으로 사용할 경우 융자금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무상지원으로 볼 수 있다. 또 항공업계 지원금을 보면 대형 운송회사에 대한 지원의 70%는 보조금으로, 30%는 대출(대출금리 1%)형태로 지원되며, 소형운송회사의 경우 전액 보조금으로 제공된다.

    직원 300명,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해 소규모 항공사는 지원자격에도 미달되는 한국 정책과는 차이가 크다. 실제로 이번에 지원되는 항공업계 기간산업 안정기금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만 지원자격에 부합하고 소규모 LCC는 탈락되는 역차별이 우려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차례의 추경이 통과되면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규모는 1,2차 추경 23조9000억원과 긴급지원 2조8000억원, 예비비 3000억원 등을 모두 합쳐도 27조원 규모"라며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미국이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